은호는 화장실에서 돌아왔을때 지은이가 자리를 비운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핸드폰을 확인했을때 지은한테서 문자가 와있었다… 옥상에 있다고. 그 문자를 보고 은호는 허겁지겁 옥상으로 번개처럼 뛰어갔다.
그는 그녀에게 자포자기한 표정을 지었다. 지은이는 무서워 보였고 벌벌 떨고 있었다.
“오빠… 이게 진실이야? 내가 정말… 범인이야???”
“…”
“말좀해봐 오빠… 진실을 알아야 돼.”
“…진실이야. 근데… 괜찮아 지은아. 지은이가 과거에 뭘 했는지 몰랐었잖아. 지은이가 두가지 인격이 있다는 것을 알게됬을때 도와주고 싶었어.”
지은이가 갑자기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이제 다 기억났어. 내가 다 했어…”
그림자가 그녀를 향해 웃었다.
“헤헤헤 책임져야지~ 우리 둘이 같이 했거든. 나를 없애 버릴 수 없어. ”
지은이가 고개를 돌려서 은호를 봤다.
“은호 오빠. 난… 너무 미안해. 날 지키려고 내가 과거에 저지렀던 행위를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 근데 오빠를 더이상 아프게 하면 안돼. 오빠는 오빠의 삶을 살아야해. 나는 오빠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아킬레스건이 되고 싶지 않아.”
“뭐라는 거야 지은아? 널 사랑해. 절대 널 떠나지 못해. 너는 날 가르쳐줬어, 사랑이 뭔지.”
“나도 사랑해. 그래서… 지금 오빠 곁을 떠나야해.”
지은이가 옥상 끝으로 급하게 뛰었다. 끝에 서있으며서 고개를 돌리고 은호를 바라봤다.
“사랑해. 안녕.”
눈을 감고 뒤로 젖혀서 건물에서 떨어지게 했다.
“안돼!!! 지은아!!!”
은호의 비명소리가 공간을 꽉 채웠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림자는 사라지고 세상은 하얗게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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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이이이이이*
은호는 고개를 들었다. 그는 병실 안에 있는 지은의 손을 잡고 있었다. 의사들은 허겁지겁 달려오면서 은호를 밀쳤다. 지은이를 살리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의 생기없고 차가운 시체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시체와 그녀의 세계는 없어졌지만 은호는 남아 있었다.
지은이는 눈 앞에서 봤던거를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골목길에 걸어갔으면서 벽을 두드리고 땅을 조사했다. 그런데 문이 없었고 차가운 시멘트만 있었다.
“뭐야??? 어디갔지??? 은호 오빠! 은호 오빠!!!”
아무 대답이 없어서 혼자서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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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에 은호한테서 문자를 받았다.
“지은아~ 잘 잤어?”
“오빠. 오늘 시간 돼?”
“어 시간있지. 무슨 일있어??”
“음… 우리 얘기 좀 하자”
“괜찮아? 알았어. 카페에서 만날까?”
“응. 있다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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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 자주 갔던 카페에서 만났다. 고층 건물 80층에 있는 카페였다. 은호가 창문 앞 자리에 앉아서 밖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내려다 보는 서울의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은호는 보지 못했다.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있었기 때문이다. 은호가 먼저 도착해서 아메리카노랑 지은이가 제일 좋아하는 녹차라떼를 시켰다. 지은이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불안한 생각만 들었다.
내가 뭘 잘못을 했나? 왜 얘기를 하자고 그러지? 곧 헤어지는 커플들의 하는 말이잖아. 잃은 기억들이 돌아왔나? 뭐라고 하지? 거짓말을 할 준비를 해야 되는데… 이것은 다 지은이를 위해서야.
계속 창문 밖으로 바라보고 있는 동안 지은이는 카페에 도착해서 은호 앞에 앉았다. 그녀가 앉자마자 은호는 무아지경에 있는 상태에서 빠졌다. 그녀가 시간을 많이 소모하지 않고 빨리 직설적으로 말을 했다.
“오빠… 어제 봤어. 우리 집에서 떠날 때 오빠를 따라갔거든. 근데 오빠… 사라졌어…”
은호 갑자기 한숨을 냈다.
에휴… 날 봤어? 진실이 살짝 들어 있는 거짓말들이 제일 효과적인 거짓말이야.
“하… 이제 진실을 말해줘야 되지. 미안해 지은아. 이게 거짓말 진짜 아니고 믿기 힘들겠지만… 초능력 있어.”
이 말을 듣고 많이 놀라 보이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설명이 더 필요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사실… 다른 사람의 몸에 손이 닿으면 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 이 초능력이 난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어. 나는 두려웠어… 내가 가지고 있는 초능력이 발견되서 나를 실험을 할까봐… 지은이한테 더 일찍 말했어야 됐는데, 너무 미안해. 너를 믿지 않다는 게 아니고 너의 은밀한 생각과 감정들 다 존경해서 그랬어. 너의 읽었던 생각들을 지우려고 했어… 지은의 마인드를 존경하니깐 걱정 안해도돼. 이제는 위험한 초능력이 아니고 통제하는것을 배웠어.”
왜 사라졌는지 물어보지 않기 위해 초능력을 지은이한테 말해줬던 것이다. 좀 말도 안 되는 얘기인 것 같았지만 지은이는 바로 믿었다. 은호가 지은의 눈 앞에서 사라진 후에 그녀는 은호가 하는 말들이 아마도 거짓말이 아니라고 믿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게 왜 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답이 아니었다.
“믿어. 오빠를 믿지만… 왜 사라졌어??”
하… 그녀가 너무 똑똑하네… 뭘 말하면 좋지?? 빨리 생각해봐 빨리!!!
“아 그거. 음. 좀 복잡한 이야기야. 나중에 더 자세하게 설명할게!”
“지금 왜 말해주지 않아? 지금 알고싶어.”
“아 그것도 나의 초능력 때문이야. 원할 때 사라지고..음… 나만의 세상으로 갈 수 있어.”
그녀가 많이 아파보였다. 눈이 출혈되어보였고 눈물이 눈에서 넘쳐 흘렀다.
“거짓말 하지 마. 오빠가 거짓말을 할때 바로 알거든. 사라질 때 도대체 어디로 가는거야?”
“알았어. 말해줄게. 근데 먼저 화장실 갔다올게.”
지은이가 답도 하기전에 빨리 일어나서 화장실로 갔다. 5분만에 지은이를 달랠 수 있는 좋은 핑계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랬다.
은호가 대답을 피하고 있어서 지은이가 너무 답답했다. 녹차라떼 마시고 기다리면서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익숙한 목소리가 말했다.
다음 날에 은호한테 점심 먹으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녀는 은호가 거짓말을 해서 마음이 너무 아프고 헷갈리고 진실을 꼭 알아야 했다. 평상시와 같이 둘이 밥 먹은 다음에 은호는 지은이를 집에 바래다 주었고 택시 부르고 집으로 탔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녀가 은호를 남몰래 따라갔다. 이상하게 은호가 타는 택시는 지은의 아파트에서 단지 0.5 킬로미터 가고 멈췄다. 그는 택시 기사 아저씨에게 돈을 지불하고 차에서 내리며 그녀는 그를 계속 조용히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아무도 없는 좁은 골목으로 도착하고 그녀는 삶에서 제일 이상한 것을 봤다. 지은의 눈 앞에서 은호가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장재열이 계속해서 강하누라는 사람이 앞에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수광이가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상황을 설명하는 문자를 보냈다. 지해수가 즉시 대답해서 장재열을 병원에 데려오라고 말했다.
수광: 아저씨..다름이 않 인데요..
장재열: 어, 뭔데?
수광: 우리 엄마가 너무 배고파서 병원에 밥을 갖다 달래요.
장재열: 아, 그래? 우리 방금 아침을 먹었는데도?
수광: 네..우리 엄마 알잖아요. 먹는 걸 무척 좋아하신다는 거.
장재열: 그래, 그럼 뭘 사가지고 갈까?
수광: 제가 알아서 사가지고 갈테니까, 아저씨는 병원에 먼저 가보세요.
장재열: 그럴래? 그럼 내가 커피를 사가지고 갈게.
장재열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지해수가 입구에서 맞이했다. 지해수는 겉으로는 태연했지만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고 웃었다. 장재열을 정신질환 병동에 데려가야 했지만, 장재열의 기분을 나쁘게 하지 않길 원했다. 그래서, 점심을 먹으려고 자기의 사무실로 간다고 거짓말을 했다.
지해수: 자기야, 이렇게 급하게 와줘서 고마워.
장재열: 그럼. 널 배고프게 혼자 놔두지는 않지.
지해수: 근데, 내 문자를 받았을 때 누구랑 있었어?
장재열: 참, 그건 정말 웃긴 이야기야..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갑자기 수광이가 나타났어! 학교에 가기 전에 음료수를 사러 잠깐 들리고 가려고 했나 봐. 근데, 우리가 만난 김에 다같이 점심을 먹으려고 병원에 왔지. 수광이는 오고 있는 길이야.
지해수: 아~ 그랬구나.. .근데, 수광이가 카페에 오기 전에 혼자 있었어?
장재열: 아니, 옛날에 만났던 친구를 따라잡고 있었어.
지해수: 어느 친구?
장재열: 모르는 동네 친구인데, 강하누라고 해. 강우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을 때는 걔는 그냥 팬이었어. 근데, 걔가 나를 그렇게 바짝 뒤쫓아 다녀서 내가 한번 커피를 사주기로 했어. 그 만남은 우리 우정의 시작이 되었지. 이제우리는 서로 뗄래야 뗄 수 관계가 되었고 나도 걔를 돌봐 주려고 노력해. 왜냐하면 강우는사랑이 많이 필요해- 집안의 상태가 정말 안 좋거든.
장재열이 말을 끝낸 후에 곧 지해수가 장재열을 정신병동으로 호송하는 것에 성공했다.
지해수: 자기야, 정말 미안해.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에자기의 컨디션이 나빠지는 걸 지켜볼 수가 없었어.
장재열: 해수야, 무슨 말이야?
지해수: 이 병원의 의사 선생님들은 최고야, 걱정하지마.
갑자기 두 경호원들이 장재열 뒤에 나타나서 장재열에게 다가갔다.
장재열: 이 사람들이 나를 정신 질환 병동에 입원시키려고 나타난 거야? 해수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지해수: 장재열, 내가 자기를 미친듯이 사랑하고 회복 기간이 아무리 오래걸리더라도, 내가 영원히 기다릴게.
장재열: 내가 왜? 지금까지 연락도 안 하고 전화도 안 받는데. 내가 왜먼저 아는 척해야 하는 건데?
한강우: 아저씨는 지해수 씨를 사랑하잖아요. 사랑은 바로 먼저 항복하는 것이잖아요.
장재열: 강우, 너 언제부터 이렇게 아는 척하게 됐어?
한강우: 아저씨도 내가 맞다는걸 알잖아요.
장재열: 그래. 아직 난 말짱하니까 내가 가서 얘기해볼게.
한강우: 준비 완료, 10, 9, 8, 7,…
이때는, 지해수는 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했다.
지해수: 언니! 한잔 더 주세요!
장재열: 그만 마시는 게 좋지 않을까?
지해수: 아저씨의 일이나 열심히 하세요. 저는 괜찮거든요.
장재열: 두 달 만에 처음으로 나한테 이렇게 인사하는 거야?
지해수가 눈을 비비면서 장재열을 올려다보았다.
지해수: 장..장재열?
장재열: 당황스러워? 반갑다 지해수.
지해수: 나를 스토킹했니?
장재열: 야, 나 그런 사람 아니거든.
지해수: 그럼, 어떻게 찾았어?
장재열: 운명이랄까?
지해수: 아우, 오글거려.
장재열이 옆 자리에 앉았다.지해수는 또다시 장재열에게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렇게 둘은 밤새 고기를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제주도에서 느꼈던 그 감정들이 다시 살아 올라왔다.
지해수: 솔직하게 말하자면,잠시 동안 난 미래에 당신의 형제와 삶을 볼 수 있기를 원했어
장재열: 그걸 깨달아서 다행이야. 그럼, 이제부터 우리 사귀자는 말이야?
지해수: 내 말은, 어느 관계에서든 떠나야 할 때가 오기 마련이라는 얘기야.
장재열: 좋아. 근데 내 말은, 인생은 짧아. 사귀자.
그때부터 그들의 연애가 시작됐다. 그리고, 부부로서 그들의 삶이 달콤했다. 아침에는 둘이 아침 식사를 차린 다음에 수광이하고 같이 먹었다. 아침 마다 장재열은 지해수를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주고 이마에 키스를 했다. 지해수는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장재열은 카페에서 글을 썼다.
어느 날, 수광이가 목이 말라서 학교에 가기 전에 음료수를 사러 동내 카페에 들렸다. 수광이가 음료수를 사러 들어갔는데 완전히 방심했다.
수광이는 자기가 본 것에 당황했다: 장재열이 혼자 앉아서 마치 누군가가 앉아 있는 것처럼, 옆에 있는 빈자리를 향해 자연스럽게 얘기하고 있었다.
시간이 또 흘러갔다. 가끔 낮에 땀을 몹시 흘릴 만큼 더웠고 밤에 부는 봄 바람은 도시 길거리를 깨끗하고 시원하게 했다. 몇 주 전부터 촬영은 시작이 되었고 우연이는
대본 쓰기와 공부에 집중하느라 기정이와 키스했을 때 이후로 기정이를 보지 않았다. 당연히 매일매일 그 키스가 떠올랐다.
어느 날 우연이는 그린이와 한강 가서 “치맥”을 하기로 했었는데 그린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가 진짜 미안해, 베블아. 어젯밤 선호랑 만났잖아. 우리 같이 밥 먹고 한잔도 하고 영화 보게 됐는데 너무 좋았거든… 그래서 선호가 연락해서 오늘 밤 또 만나고 싶대….혹시 우리 내일 만나면 안 돼, 베블아? 언니가 내일 치맥 많이 사 줄게, 콜? 아 미안해, 기분이 안 좋지?”
우연이가 괜찮은 척하며 피식 웃었다.
“아녜요, 언니. 언니가 선호 오빠랑 잘 돼 가고 있으니 좋아요. 걱정하지 마요. 저 벌써 집 다 왔는데 피곤해서 일찍 잘 것 같아요. 잘 됐네요! 그럼, 내일 봐요!”
우연이는 전화를 끊었다. 사실은 벌써 한강에 다 온 우연이는
묵묵히 앉아 있었다. 살짝 안 좋은 기분이 점점 더 우울해지고 있었다. 아까 들렸던 서점에서 우연히 태신이를 멀리서 보고 급히 나오는 바람에 사려고 했던 책을 못 사게 된 우연이는 작은 스케치북을 꺼냈지만 아직 아무것도 안 했다. 하늘을 바라보고 말했다.
“나 왜 이러지?”
저녁때 혼자 한강에서 치맥을 하고 나서 그림을 드디어 그리게 된 우연이는 자꾸 옛 생각이 났다. 기정이와 여행을 갔을 때, 기정이와 영화 보러 갔을 때. 재미있게 같이 다니던 곳, 같이 하던 모든 것. 그리고, 당연히, 기정이와 첫 키스. 모두가 떠올랐다.
엄마에게 전화가 여러 번 왔지만 우연이는 한 통도 받지 않고 계속 그림만 그리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가끔씩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번에는 엄마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엄마: 집 언제 오니?
맥주 많이 마시고 취한 우연이는 엄마가 보낸 문자를 보고 눈물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졌다. 그리고 있던 그림이 눈물에 젖어 글러졌다. 어렸을 때 엄마 앞에 서 있는 것처럼, 그 부족한 기분이었다.
아직도 마음속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싸운 이유들은 많았지만 거의 다 똑같았다. 원래는 우연의 엄마가 보기에 우연이는 무엇을 해도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또 문자가 왔다.
엄마: 미안해.
바로 그때 툭툭 다가온 어떤 남자 한 명이 우연이 옆에 갑자기 앉았다.
“안녕, 우연아…” 기정이가 한강을 바라보고 말했다.
“잘 지냈지?”
맥주에 쉽게 취한 우연이가 기정이를 힐끔 보고 무의식 중에 기정이의 입술을 잠시 쳐다봤다. 지난 번 갑자기 그 키스.
“날 어떻게 찾았어?” 우연이는 물어봤다.
“누나. 내가 난리치고 난리치고 난리치니까 결국 누나가 말해줬어. 지금 선호 형이랑 같이 취해서 생각 없이 주게 됐나 봐.”
“내가 말 안했는데…”
“누나가 우연이의 맘 잘 알잖아.”
“아~”
둘이 자전거 타는 사람을 조용히 바라봤다.
“너 취했지?”
“안 취했는데?” 우연이가 딸꾹질하는 소리를 냈다.
“아이이이쿠. 취했다, 취했어!”
“아닌데?” 둘이 같이 웃었다가 갑자기 다시 조용해졌다.
“내가…” 우연이는 조심스레 계속 말을 했다.
“내가 물어본 거…”
“응? 어떤 거?”
“있잖아. 그 질문. 내가 헤어지기 잘했단 그 질문 말이야.”
기정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우연이가 한강을 조용히 바라보는 기정이를 또 힐끔 봤다. 해가 지고 이제 완전히 어두워진 밤이었다. 서울 야경도 좋았고 시원한 밤 바람도 좋았다.
“나도 보고 싶었는데.”
취한 우연이가 말했다. 오랫동안 하지 못한 말들이 격류처럼 흘러나왔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그치만 인기가 많아진 배우한테 어떻게 연락하니? 헤어진 전 남친한테 어떻게 갑자기, 뭐…, 보고 싶다는 문자 보내니? 나도 아팠어. 나도 아직 아파… 그리고 난….미안했고 미안해, 기정…아.”
기정이를 일부러 안 보고 흘리게 말하는 우연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계속 말했다.
“후회했다. 헤어진 거. 그때 내가 겁쟁이였어….우리 돌아갈 수 있다면…”
말을 멈춘 우연이는 많이 취해서 잠이 들었고 조용히 쓰러졌다.
기정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기정이가 잠시 망설였다가 그린이 누나의 집으로 잠든 우연이를 데리고 갔다. 거기에 자주 안 갔는데 가끔은 진짜 피곤했을 때 들어가서 푹 쉬는 은신처 같은 집이었다. 그린이는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린이의 침대에 우연이를 눕혀 놓고 나왔다. 기정이는 제 방으로 들어가서 생각없이 벽만 바라봤다.
“큰일 났다…. 어떡하지?” 기정이는 한숨을 쉬고 갑자기 웃었다.
“에이, 모르겠다. 모르겠다구!” 그렇게 웃으며 그린이 들어오기 전 잠이 슬슬 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