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피소드 3

“아저씨.”

대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서 창문 밖으로 바라보았다. 해가 멀리 있는 아파트들 사이에 뜨면서 미도의 방을 주황색으로 칠했다. 미도는 대수를 뒤에서 안았다.

“아저씨 거기 앉아서 뭐해,” 미도가 고개를 대수의 어깨에 대면서 얘기했다. “왜 이렇게 이상해, 어제부터, 응?”

대수는 미도를 바라 보았다. 손 하나를 올려서 대수는 미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녀는 알수 없었다. 대수는 비밀을 자기 혼자 견딜거라고 마음을 먹었다. 한숨을 깊게 쉬고 대수는 뒤돌아 미도를 안아 주었다.

“사랑해요,” 미도가 조용히 말을 했다. 그는 약간 얼굴을 올려서 대수하고 입을 맞추려고 다가왔다. 이것을 보고 대수는 빨리 일어섰다. 미도는 가만히 침대에 앉아서 바닥을 째려 보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여서 이러는 거야,” 미도가 말을 했지만 대수는 안 듣고 있었다.

대수는 얼어서서 미도의 식탁 위에 있는 상자를 쳐다봤다. 이 상자는 대수가 많이 봤었던 상자였다; 꼭 선물 상자처럼 명주 끈으로 묶여 있고 보라색 무늬로 꾸며저 있었다.

“안 들려?” 미도는 대수를 보자마자 그의 공포로 가득 찬 눈을 알아 차 렸다. 대수가 무엇을 보고 그러는지 보고 미도는 입을 다물었다.

대수는 서서히 상자로 다가왔다. 한 걸음마다 대수의 심장 맥박이 더 빨라젓다. 드디어 식탁에 도착한 후 상자의 끈을 조심히 풀었다. 흔들리는 손으로 뚜껑을 열고 대수는 상자 안을 보았다. 안에는 단지 종이쪽지 하나가 있었다.

“뭐야?”

대수는 상자에서 쪽지를 꺼낸 다음에 읽었다. 그 하얀 종이에는 검은 잉크로 숫자 열 개가 적혀있었다. 전화번호였다.

대수는 바로 자기 휴대폰을 찾아서 번호들을 찍어 넣었다. 휴대폰을 귀에 대고 전화가 연결되는 것을 들으면서 대수는 긴장둰채 기다렸다.

“이거 누구인지 알아?”

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누구야, 또 뭘 원하기래…”

“오대수.”

         전화기에서 자기 이름을 듣자마자 오대수는 소름이 돋았다. 이 목소리는 어딘가에서 많이 들었던 목소리였는데 정확히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오대수, 내 말 잘 들어봐.”

         대수는 입을 꽉 물고 듣고 있었다.

“이제쯤은 다 알고 있겠지? 너의 딸. 미도, 응?”

대수의 마음이 가라앉았다.

“있자 말이야, 너의 최면가, 유형자. 유형자는 너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 하나도 없어. 사실 형자는 너를 속였어.”

대수는 갑자기 분노했다. 말하고 싶었지만 대수는 수화기 안으로 오직 짐승 같은 소리 못 냈다.

“여하튼, 그만 좀 울고 이제 잘 들어봐 오대수. 지금 제대로 안 들으면 후회할걸,” 전화기 뒤에서 기름진 목소리가 얘기했다. “한 시간 안으로 압구정로와 논현로에 있는 현대백화점의 옥상으로 와. 그때 너 거기에 없으면… 미도가 사실을 알면 모든 게 참 곤란해지지 않을까?”

대수는 휴대폰 안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래. 그러니까, 빨리 와. 시간 이제부터 잰다.”

그 말에 전화가 끈어젔다.

2 thoughts on “애피소드 3”

  1. 잘 읽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올드보이 좋아해서 영화도 두 번인가 봤는데요, 이렇게 보니까 또 색다른 느낌이네요ㅎㅎ 표현 관련해서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1. ‘번호들을 찍어 넣었다.’는 표현은 약간 어색해 보입니다. 아마 ‘type in numbers’를 생각하고 쓰신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쪽지에 적힌)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가 보다 자연스러운 표현입니다
    2. ‘기름진 목소리가 얘기했다’라고 쓰셨습니다. ‘기름진’이라는 표현은, ‘목소리’를 수식할 수 있기는 하지만, 보통 자주 쓰이지 않는 표현입니다. 문맥(context)을 고려해볼 때, ‘음침한'(dismal)이나 ‘어두운'(dark)목소리라고 표현하시는 것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수업 시간에 직접 이야기하지 못해서 아쉽네요. 같이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고마워요! ^^

  2. 최근에 제가 듣는 수업에서 올드보이 얘기가 나와서 줄거리를 알게 되었어요. 이 팬픽을 통해서 처음 인물들을 접했을땐 미도가 딸이라는 사실을 몰랐는데 알고 나니 이 뒷 이야기의 느낌이 확 달라진 거 있죠? 전화를 건 사람을 누구고 유형자는 뭘 속인 건지 기대하며 다음화 읽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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