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6

대수는 안타까운 한숨을 냈다.

“망치 줬잖아, 응? 미안하지만 이 방법밖에 없다, 오대수.”

전화기 뒤에서 낄낄거리는 웃음 소리가 들렸다.

“잘 들어봐 이제, 중요한 거 얘기해 줄거니까. 그 시계 안에 작은 쪽지 하나가 있을 거야. 거기에 주소가 있거든? 거기까지 이십 분 만에 와. 거기서 보자, 이제 여기서부터 시간 잰다.”

통화가 끊기자 마자 대수는 재일 가까운 건물, 냉면 식당에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몇 분이신가요?” 들어오니 라면 같이 뽀글거리는 머리를 한 아줌마가 물어봤다. 식당은 붐비고 대수 옆에는 사람 몇 명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거처럼 보였다. 대수는 둘러보고 화장실을 찾아서 그 쪽으로 걸어갔다.

“아저씨 줄이 있는데—” 화장실 문이 닫히면서 아줌마의 목소리가 끊겼다. 문을 잠그고 대수는 가방에서 시계와 망치를 꺼내 시계를 세면대에 놓고 망치로 쳤다. 그러자마자 세면대가 시끄럽게 깨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대수는 황당해서 잠깐 동안 가만히 망치를 들고 제자리에 서있었다.

“아저씨! 아니 도대체 거기 안에서 뭐 하는 거야!” 아줌마가 문을 두드리면서 얘기했다. 대수는 금방 정신을 차려 시계를 이번에는 타일 바닥에 놓고 망치로 때렸다. 치자마자 이번에는 크리스탈 앞면이 부서졌다. 다시 한번 더 치니 시계 바늘들이 날아가고 시계에 박힌 다이아몬드들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세 번째 타격에 시계가 박살이 났다. 쇳조각들이 여기저기 날아가면서 대수는 한 오천만 원 정도가 날아가는 것을 봤다.

“아저씨, 문 부술거야!” 남아있는 시계 조각을 보니까 진짜로 시계 안의 기어들 사이에 쪽지가 있었다. 그것을 잡고 화장실 바닥에서 최대한 많이 다아몬드를 집은 다음에 화장실 문을 열었다.

나오자마자 대수는 식당 아줌마와 부딪쳤다. 아줌마는 화장실 안을 보니까 눈이 둥그레졌다.

“세상에… 야 이 병신아 돈 내!” 아줌마가 소리 질렀지만 대수는 벌써 거의 나와 있었다. 식당에서 나오면서 대수는 손 안에 있는 쪽지를 펴서 읽었다.

‘06014 강남구 선릉로 818’

대수는 그 쪽으로 뛰었다.

***

쪽지를 다시 한번 보고 다시 한번 앞을 봤다. 목적지에 도착을 했지만 대수는 혼란스러웠다. 대수는 찜질방 앞에 서 있었다.

휴대폰을 꺼내서 시간을 봤다. 사 분.

대수는 정문을 열고 들어갔다.

“대수씨?” 리셉션에 앉아있는 여자가 말을 건넸다. 대수가 보기로 그는 한 스무 살 정도인 것 같았고 왼쪽 눈이 아주 심하게 멍이 들어있었다. 그녀 빼고는 아무도 없었다. 맞게 온 거 같았다. 대수는 고개를 끄덕끄덕 흔들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리셉션 여자가 일어나서 어떤 복도를 통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대수는 그를 보고 따라갔다. 가다가 오른쪽에 있는 문을 열어서 남자 탈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도 신기하게 사람의 흔적도 없이 텅 비어있었다. 대수는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지만 계속 걸었다. 찜질방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고 리셉션 여자는 대수한테 들어가라고 몸짓했다.

들어가자마자 대수의 입이 벌어졌다. 앞에는 등치가 겁나게 크고 온 몸에 문신한 남자들 한 이십 명이 목욕탕 안에서 벌거벗은채 앉아있었다. 근처 바닥에는 칼과 야구 방망이들이 널러져 있었다. 목욕탕 가운데에는 의자 하나가 있었고 그 의자에는 대수가 아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거기에 비싼 갈색 양복을 입고 있는 남자는 박철웅이였다; 십오 년 전 부터 대수를 끔찍한 호텔방에 가둬났던 놈.

“오대수 오랜만이네,” 철웅이 말했다. “너 얼굴 진짜 안 보고 싶었는데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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